만화리뷰/슬램덩크

[슬램덩크] 극장판과 원작의 차이

르슈 2023. 3. 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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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의 마지막 시합인 산왕공고와의 시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원작에는 다루지 않았던 내용이 추가되거나 중요한 내용이 삭제되는 등 많은 부분에서 각색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이 작품이 이미 종료된지 20여년이 흘렀기 때문에 해당 에피소드의 앞에 내용을 숙지하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 차이가 있었을까요?

 

1. 주인공 교체

주인공이 강백호에서 송태섭으로 교체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완결된지 20년이 넘은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영화화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 처사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원작은 강백호의 이야기였고, 무려 31권 분량동안 그의 성장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원작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 단행본으로 20권이 넘는 분량의 스토리를 사전에 숙지하라고 강요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원작팬들과 신규팬들을 모두 배려하면서도 작가의 메세지를 전달할만한 방식의 각색이 이뤄졌고, 그 결과 송태섭이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 송태섭은 다른 캐릭터와 달리 비하인드 스토리가 거의 그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한 각색이 가능했습니다. 덕분에 본 작품의 주제를 크게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그려졌습니다.

 

2. 주요 에피소드의 각색

비디오리뷰 장면 통삭제

양팀의 비디오리뷰 장면이 통삭제 됩니다. 이 리뷰에서 시합의 향방이나 복선이 깔려있었으나, 극장판에서는 시합보다는 회상을 통해 풀어내는 내용이 많아진 만큼 분량을 회상쪽에 몰아주면서 시합의 복선에 대한 비디오리뷰 장면은 삭제시킨 것으로 보여집니다. 대신 비디오리뷰 중 밖으로 나간 송태섭과 이한나의 대화씬은 대사가 일부 각색 됐지만 살려두면서 송태섭이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에 대해 부각시켜줍니다.

강백호vs신현필 대결의 삭제

이 대결이 삭제되면서 주인공이 확실하게 강백호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원작에서 이 대결은 강백호가 완벽히 농구선수가 됐음을 보여주며 후반전에도 그가 활약할 것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극장판에선 전후 사정이 없어진 관계로 강백호의 성장세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거의 다 삭제됩니다.

강백호의 고백 장면 삭제

부상을 당한 강백호가 무의식중에 채소연을 상대로 고백하는 장면이 삭제 됐습니다. 이 장면은 강백호가 완전한 농구선수가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 역할은 송태섭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송태섭이 과거 왜소한 체구로 인해 형과 비교된 점을 새로 추가하면서 그가 한 사람 몫의 선수로 성장하는 식으로 각색이 됩니다. 

서태웅vs정우성 전반전 대결 삭제

서태웅의 비중이 대폭 줄어들면서 이 대결은 삭제 됩니다. 이 대결은 정우성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후반전에 진정한 국내최고의 선수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을 암시하는 복선이지만, 서태웅이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되야 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빈약해 지면서 정우성의 역할도 일부 변경됩니다.

정우성의 과거사 삭제

서태웅의 비중이 줄어들어 역할이 변경된 정우성은 그 과거사도 삭제됩니다. 원작에서는 그가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된 이유가 어려서부터 아버지 정광철과 계속된 1대1의 나날들 때문으로 나옵니다. 이 부분을 주인공이 된 송태섭이 흡수하면서, 그가 열세인 신체조건으로도 좋은 가드로 성장하게 된 계기가 형과의 1대1의 나날들이라는 부분으로 각색되어 추가됩니다.

변덕규 등장 씬 삭제 및 각색

후반전에 채치수가 혼절한 뒤 변덕규가 등장하는 장면이 삭제 됩니다. 이 장면은 채치수가 과거 선배들과 사이가 안좋았던 것으로 내용이 추가되어 그 선배들이 상상의 이미지로 등장하여 채치수를 각성시키는 도화선이 되는 방식으로 각색됩니다. 이로인해 신현철의 화려한 도미씬도 사라지면서 그의 캐릭터성도 상당부분 위축되게 됩니다.

송태섭vs정대만 과거 각색

송태섭과 정대만의 과거가 각색되어있습니다. 그 둘이 중학시절에 야외농구장에서 1대1 대결을 펼쳤던 상황이 추가됩니다. 이때 둘은 모르는 사이지만 이후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학폭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됐다가 다시 한팀의 선수로써 서로 신뢰하는 사이가 된 것으로 그려지며 둘의 드라마성을 대폭 향상 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강백호가 다소 떠버린 모양새가 돼, 송태섭이 주인공이 되면서 희생되 버립니다. 

폭력사태 때의 내용도 다소 각색이 있습니다. 원작에선 겁없이 정대만을 선빵으로 때려눕히지만, 극장판에선 자신이 떠는 것을 감추기 위해 손을 감추는 장면이 생겼으며, 이로인해 선빵은 정대만이 치게 됩니다. 그리고 원작에선 이때의 일로 둘다 입원하지만, 극장판에선 이후 송태섭이 개인적으로 오토바이 사고를 내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으로 바뀝니다. 이 부분은 송태섭의 트라우마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로 원작의 캐릭터와 갈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서태웅의 회상씬 삭제

서태웅의 비중이 대폭으로 축소되면서 관련된 장면들이 거의 다 삭제 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그의 회상씬이 삭제됩니다. 그가 가진 고민과 정우성의 정체, 그리고 실마리를 풀기위한 회상들이 모두 삭제 됩니다.

서태웅과 송태섭 대화 씬 추가

원작에는 없는 장면으로 서태웅이 갑자기 정우성이 그려진 포스터를 주먹으로 치며 이를 갑니다. 극장판에서 서태웅의 비중이 대폭 축소되어 정우성과 연결고리를 만들 요소들이 모두 삭제됐기 때문에 이 장면을 추가하여 서태웅이 왠진 모르지만 정우성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여기서 송태섭이 등장하며 정우성이 같은 2학년이면서 전국최고로 칭송받는 것에 대해 분해하며 서태웅에게 실력으로 눌러 줄 것을 당부합니다. 뜬금없게도 2학년 라이벌리가 구축되며 엔딩씬으로 이어지는 빌미를 마련합니다.

시합종료 후 내용 각색

시합 종료 후 물러나는 산왕선수들 중 정우성이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추가됩니다. 정우성은 과거사가 삭제된 대신 시합전 절에서 기도를 하는 장면이 추가 됐는데, 이 장면과 이 다시 한 번 나오며 그가 패배를 통해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이후 원작의 에필로그와 같이 해변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 나오지만 강백호와 서태웅 대신 송태섭과 그의 어머니가 갈등을 해소하는 장면으로 대채 되었고, 새로운 에필로그로 미국에서 농구대결을 펼치는 정우성과 송태섭이 그려집니다. 이 작품은 송태섭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송태섭 위주로 각색되었는데, 서태웅과 송태섭의 회상씬에서 2학년 라이벌리가 구축된 것을 엔딩으로 그대로 이어가면서 그가 신체조건의 한계를 뛰어넘어 계속해서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3. 주요 인물들의 역할 변화

송태섭

주인공이 됩니다. 원작에서는 왜소한 신체에 대한 컴플렉스를 이한나에 대한 마음으로 극복해나갔지만, 극작판에서는 형을 사고로 잃은 트라우마와 그 트라우마를 같이 겪고 있는 어머니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컴플렉스를 같이 극복하게 되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원작에서는 나대룡과의 대결에서 컴플렉스가 드러나지만, 극장판에서는 초등학생 시절 경기에서 상대팀 장신 선수를 상대했던 기억의 회상씬을 통해 이 부분이 그려집니다. 원작의 주인공이던 강백호와 서태웅의 성장 스토리를 거의 다 송태섭이 흡수하면서 이명헌과의 대결구도도 다소 느슨해집니다.

이명헌

원작에서는 송태섭의 안티테제이자 송태섭이 약점인 모순적 인물로 그려지면서 송태섭이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며 성장하기 위한 마지막 장애물 정도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극장판에서는 이런 모순적인 설정은 다소 약해지고, 단순히 크고 잘하는 존재로 심플하게 바뀝니다.

강백호

주인공자리에서 밀려나 조연으로 내려갑니다. 앞에 내용이 일절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극장판에서는 버릇없지만 잘 뛰는 선수 정도로만 나옵니다. 아마도 이 작품의 실제 주인공이 명실공히 강백호이며, 사실상 슬램덩크하면 강백호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스킵해도 이해해 줄것이라 믿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극의 종반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주역포지션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정말로 강백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어색하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태웅

거의 공기화 됩니다. 이유는 정우성과의 라이벌리를 송태섭이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왠지 모르겠지만 정우성을 이기기고 싶어하는 녀석 정도로만 가공되어집니다. 이를 대변해줬던 윤대협과의 일화를 회상하는 씬도 모두 삭제되어서 사실상 존재 가치 자체를 상실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에필로그에서 송태섭vs정우성 구도가 그려지면서 원작에서 청소년 국가대표가 되어 정우성이 탄 비행기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보여줬던 서태웅vs정우성 구도까지 뺐기게 됩니다.

정우성

서태웅과의 라이벌리가 약해지면서 비하인드 스토리도 몽땅 사라집니다. 영화적 특성을 살려 그냥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청 강한 인물로 표현합니다. 그가 절에서 기도할 때 국내에서는 모든 것을 다 이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해달라고 비는 장면에서 그가 국내 최고의 선수임을 표현합니다. 시합 종료 후 이 부분이 다시 재생되면서 그가 경험하지 못한 것, 즉 패배를 경험함으로써 그가 더 큰 무대에 서기 위한 준비가 됐음을 보여줍니다.

정대만

전반적으로 송태섭의 이야기를 보강하기 위해 중학시절 대면했던 적이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각색이 이뤄져 있습니다. 공백기를 극복하는 이야기 자체는 크게 변경된 점이 없으나, 일탈 중에도 농구를 구경하러 간다던지, 길에서 안선생님을 몰래 지켜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원작에서 갑자기 농구인으로 변모했던 점을 보강해주려는 시도가 보여집니다.

안선생님

강백호와 서태웅이 공기화 되면서 같이 공기화 됐습니다. 원래는 강백호, 서태웅을 통해 과거 자신이 실패한 제자인 조재중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는 인간스토리가 있었지만, 극장판에서는 통째로 삭제되고 그저 선수들에게 기운을 복돋아 준느 인물 정도로만 그려집니다. 이러한 인간스토리는 송태섭의 어머니가 남편과 자식을 잃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른으로 등장하며 그 내용을 대체합니다.

이한나, 채소연

강백호, 서태웅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원작의 여주인공인 채소연의 비중은 그야말로 관객 1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됩니다. 문제는 이한나인데, 그녀 역시 송태섭의 어머니에게 비중을 거의 다 뺐기면서 원작과 달리 거의 공기에 가까운 비중으로 축소됩니다.

신현철

원작에서는 채치수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극장판에서는 채치수가 과거와 싸우는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그저 뛰어난 강자 정도로만 그려집니다. 덕분에 화려한 도미도 사라지게 됐고, 이래저래 비중축소가 큰 인물 중 하나가 됩니다.

 

4. 조연들 대거 삭제

원작의 산왕공고전은 작품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만큼 기존에 나왔던 라이벌 캐릭터들과 떡밥캐릭터들이 빼곡하게 등장하며 밀도를 채워줬습니다. 그러나 신규팬들을 배려한 점, 그리고 한편으로 끝내야 되는 영화의 특성상 내용 각색과 함께 조연들도 대거 삭제됐습니다.

해남대부속고교

시합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역할인 해난대부속고교 선수들 및 감독이 삭제 됐습니다. 배경에 희미하게 등장하는 정도이고,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경기 묘사를 리얼하게 하기 위해 그들이 중간에 흐름을 끊는 일이없어진 점은 매우 좋았던 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상황의 긴박함이나, 박진감은 다소 포기하게 돼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지학의 별 마성지, 명정공업 김판석

강백호, 서태웅을 부각시키기 위한 인물들인 지학의 별 마성지와 명정공업 김판석은 그 들이 공기화 되면서 같이 증발했습니다. 마성지의 경우 정우성vs서태웅 대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감초 역할이었지만 이 대결의 당위성을 상실하면서 같이 증발해버려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능남고의 변덕규

채치수와 숙명의 라이벌인 변덕규 역시 삭제됩니다. 원작에서 변덕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채치수에게 조언을 하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변덕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당췌 알수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그가 삭제되고, 대신 채치수의 회상씬을 추가 하면서 그 회상씬에 등장한 인물이 변덕규를 대체합니다.

능남고의 윤대협

작중 최고의 선수인 윤대협은 서태웅과 라이벌 관계에 있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보다 위에 있는 선수라고 지명한 선수가 바로 정우성입니다. 윤대협이 삭제되면서 서태웅이 정우성을 목표로 하게되는 당위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서태웅의 역할 비중도 대폭 축소하게 됩니다.

박하진 기자

원작에서 박하진 기자는 경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리얼한 경기묘사로 바뀌면서 그녀의 역할이 필요가 없게 되어지며 삭제 됩니다.

정우성의 아버지 정광철

정우성의 회상씬과 함께 통째로 삭제 당합니다. 그의 역할은 송태섭의 형에게로 넘어갑니다.

 

5. 2D에서 3D로

원작의 만화를 3D로 구현하면서 분위기나 시합 장면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원작보다 협소해진 듯한 느낌의 구장은 오히려 고교 농구의 느낌을 더욱 실감나게 느끼게 해주며, 격렬한 몸싸움과 원테이크로 보여주는 엘리웁 장면, 3점슛 장면들은 마치 농구경기를 실제로 보는 듯한 사실감을 느끼게 합니다. 구작인 2D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컷을 원화로 만화적 연출(이를 테면 슬로우모션이나 입사광연출, 그리고 3회 반복 기법 등)을 통해 이어붙임으로써 매우 과장된 연출이 많았던 반면,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러한 과장된 연출을 최대한 배재하고 물흐르 듯 자연스럽게 연결된 동작을 보여주며 사실성을 추구합니다. 다만, 사실적인 연출로 인해 일부 대사들이 희생되었고, 박력있는 장면이 다소 맥없이 지나가는 느낌을 주기도 하여, 원작팬의 입장으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정우성이 강백호의 높이를 의식해 처음 선보이는 스쿱샷이나, 정대만의 혼을 담은 3점슛 장면들이 너무 휙하고 지나가서 그 장면이 갖고 있던 압도감을 느끼기 어려운 점들이 있겠습니다. 이런 임팩트 있는 장면들은 조금은 만화적 연출을 사용하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들지만, 반대로 핸즈오프나 보디체킹 등 실제 농구경기를 보는 듯한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연출이 이런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6. 분위기의 차이

원작의 분위기와 극장판의 분위기는 사뭇다릅니다. 원작의 분위기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습니다. 단지, 선수들이 벽에 부딪히며 압박감을 받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극장판의 분위기는 매우 어둡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송태섭이 트라우마와 컴플렉스를 동반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회상씬이 매우 어두운데, 거기에 더해 극단적으로 밀리는 분위기의 후반전 위주로  작품이 전개되기 때문에 어두운 분위기가 배가 됩니다.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과 시합이 뒤엎어지는 부분 역시 송태섭 위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 또한 매우 어둡게 그려지고 있고, 시합이 끝난 뒤 이한나의 활기찬 대사와 송태섭의 자신만만한 주장 취임사가 그려지며 활기찬 느낌으로 마무리 되는 원작과 달리 송태섭과 그의 어머니의 갈등이 해소되는 분위기를 차분히 그려내며 마지막까지 차분히 가라앉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에서 단호한 결의를 통해 작품의 메세지를 표현했던 것과 달리, 극장판은 송태섭의 과거를 재조명하면서, 트라우마와 컴플렉스를 동시에 극복하며 정신적 성장을 이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백호와 서태웅의 성장스토리는 송태섭이 흡수하였는데, 강백호의 스토리는 그가 농구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으로 대체되었고, 서태웅의 스토리는 그가 살던 지역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려졌으며, 본인의 본래 스토리인 컴플렉스 극복은 에필로그에서 그가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가됩니다. 채치수와 정대만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본래 스토리를 잘 표현했고, 안선생님 대신 송태섭의 어머니를 통해 어른의 트라우마 역시 표현하면서 원작에서 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거의 다 보여줬다고 생각됩니다.

 

20여년도 전에 완결이 된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영화화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작품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공개 초기의 우려와 달리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극장가에서 그 꽃을 피워냈습니다. 원작의 팬들에겐 다소 당혹스러운 점이 많았고, 신규 관객에게는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만한 요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가진 메세지와 작가가 구현하고자 했던 농구 자체의 멋을 잘 살려내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덕분에 다시 한번 작품을 훑어보고 나만의 의미를 찾아낸 좋은 시간들을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메세지를 발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https://youtu.be/yCcfnl8LL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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