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스즈메의 문단속이 재난 3부작? 극장가 마케팅의 허와 실.
요새 극장가에서 핫한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의 뒤를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사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슬램덩크의 영향력으로 흥행하는 작품은 아니다. 왜냐고? 그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기 때문이지!
신카이 마코토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더불어 국내에서 매우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크게 흥행했던"너의 이름은"의 감독이기도하다. 이 작품은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배경묘사와 특유의 잔잔한 연출, 매력적인 스토리와 먹먹해지는 결말로 많은 관객을 매료시켰었다.
이후로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흥행 10위을 기록 중인 "날씨의 아이"까지 히트시키며, 신카이 매직을 이어간 그는 드디어 올해 자신의 기록을 또 한번 갱신하는 역작을 발표하는데 그게 바로 "스즈메의 문단속"인 것이다.
현재 개봉한지 불과 5주만에 슬램덩크가 거의 4개월간 쌓은 관객동원 기록 440만명을 깨고 약 469만명을 동원시키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1위를 탈환한 상태다. 이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며, 작성일 당일은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작품 자체로도 상당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 감독의 티켓파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흥행은 보증되어 있었다고 봐도 될 정도다. 그러나 앞서 슬램덩크가 보여준 흥행기록과 같이 우리나라에선 매우 기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작품이 상영 중에 무려 마블과 DC의 영화가 개봉했었기 때문이다.
2월에 개봉했던 마블의"앤트맨과 와스프:퀀텀 매니아"는 약150만명을 기록했고, "스즈메의 문단속"과 같은 3월에 개봉한 DC의 "샤잠!신들의 분노"는 고작 7만여명을 기록하며 굴욕적인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어쨌든 만화를 원작으로하는 영화들인 만큼 국내에서는 이제 마블과 DC의 영향력은 상당 부분 사그라들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것을 뒷받침해 줄 또 하나의 심증은 바로 22년 12월에 개봉한 "아바타:물의 길"의 대흥행이다. 무려 13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지만 2020년 이후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외화가 되면서 외화 자체의 영향력은 건재함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이제는 단순히 기존까지 쌓아왔던 브랜드값으로만 승부할 수는 없는 시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다로운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흔히 "재난 3부작"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이는 앞에 개봉했던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와 엮어서 불리우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세가지 작품엔 아무런 연관이 없다. 특히나 가운데 낀 "날씨의 아이"의 경우는 앞뒤의 두 작품과 그 성격을 매우 달리하는 작품이다. 또한 "재난 3부작"이라는 명칭과 달리 이 세 작품에서는 재난을 주요소재로 삼고 있지 않다. 재난은 작품의 장치나 배경정도의 역할일 뿐이며, 재난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거나 또는 재난으로부터 대피하는 것을 주요 소재로한 재난상황극도 아니다. "재난 3부작"이라는 것은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홍보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앞서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우도 국내에서 엄청난 마케팅이 이뤄졌다. 매주 바뀌는 팝업스토어는 N차 관람객을 양성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슬램덩크라는 20세기 IP를 건져내어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원작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복각하면서 개봉전부터 엄청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꽤나 괜찮은 작품성에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흥행의 불씨가 지펴지기 시작했고, 이 불씨를 방관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며 슬램덩크 돌풍을 만들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극장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높아진 단가, 그리고 OTT와의 경쟁을 치루고 있다. 일개 관객의 눈으로 봤을 때 이 승부는 승산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바타:물의 길","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과 같이 좋은 작품성을 가진 작품을 발굴하고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관객들이 다시 발길을 돌릴 날도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