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서브남. 독불장군 서태웅.
서태웅은 187cm의 장신에 76kg으로 호리호리하지만 단단한 근육질 몸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 제멋대로 뻗친 헤어스타일, 말수는 적지만 간간히 내뱉는 독설 등 차가운 존잘남으로 교내 개인 팬클럽이 수십 명이 될 만큼 미남자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이 전반적으로 사실적 묘사를 위해 극화체로 그려지고 있는 와중에도 초반의 서태웅은 여캐들처럼 순정 만화체가 섞여진 느낌이 납니다.
서태웅은 기술, 행동, 신발 등 여러모로 NBA GOAT인 마이클 조던을 모티브로한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1인자 느낌은 잘 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태웅 역시도 성장해야 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재능에 비해 뭔가 한 끗 부족한 것처럼 보이도록 그려지고 있는 것이죠.
서태웅은 최상위급 드라이브 인, 정확한 슈팅, 내 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 등 스코어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서태웅은 작중에서 정말 몇 안 되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중 하나입니다.
슛, 패스, 드리블, 리바운드, 수비까지 서태웅은 농구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플레이에 매우 뛰어난 것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강백호와 더불어 작중 최강의 운동능력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서태웅이지만 유독 체력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죠.
물론 이런 체력적인 부분조차 작품의 후반기에는 극복해 내면서 전국 최강인 산왕을 상대로 팀을 이끌며 승리를 거머쥐며 작중 최강자 반열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렇게 청소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것으로 그 사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이 서태웅이라는 캐릭터가 마치 주인공처럼 느껴집니다. 일설에 따르면 슬램덩크 초안에서는 서태웅이 주인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먼치킨 주인공은 너무 흔했기 때문에 서브로 밀려났다고 하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숙명의 웬수 강백호. 각자 단편집에서 주인공이었던 둘은 슬램덩크로 넘어와서 주인공과 서브남이 됩니다. 강백호는 단편집에서는 단순한 정의의 문제아 캐릭터였지만, 농구 초보자 콘셉트가 붙으면서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 탄생합니다. 강백호는 신체 스펙이 서태웅과 거의 동일하나, 서태웅보다 조금 더 파워형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태웅이 농구 선수로서는 거의 먼치킨이지만, 강백호는 그와 반대로 초보자 수준으로 그려지는 점에서 이 둘이 그려갈 드라마가 정해지죠.
즉, 이 동전의 양면 같은 둘이 북산 농구부의 주축이 되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중 강백호는 주인공인 만큼 유독 성장하는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초반에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지만,
드리블, 패스, 리바운드, 골밑 슛, 점프 슛, 그리고 풀업 점퍼까지 익히면서 아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강백호는 작중에서 유일하게 신장의 성장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강백호가 모든 면에서 성장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그럼 서태웅은 어떨까요? 서태웅은 등장 시점부터 농구선수로의 능력치는 최고 수준입니다. 80~90년대만 해도 스포츠 만화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죠.
작가는 강백호를 통해 청춘 성장물을 보여줬다면, 서태웅을 통해서는 정통 스포츠물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성장하는 방식이나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죠.
앞서 말했듯이 서태웅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모티브로 한 인물입니다. 슬램덩크가 연재되던 중 마이클 조던은 첫 우승을 달성하게 되는데, 무려 프로 7년 차 만에 달성한 쾌거이죠. 마이클 조던은 프로에 입성한 이래 역사상 유례 없는 엄청난 개인 성적을 뽑아냈지만 우승에는 근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감독인 필 잭슨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팀플레이로 스타일을 바꾼 뒤에는 개인 성적이 하락하지만 팀을 세계 최고로 이끌며 우승하게 되죠. 이런 마이클 조던의 스토리를 만화로 대입해 풀어낸 인물이 바로 이 서태웅인 것입니다.
서태웅은 첫 자체 연습경기에서부터 주장인 채치수와 대등한 실력을 보여주며, 먼치킨 냄새를 풀풀 풍깁니다. 이때부터 이미 팀플레이보다는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며 초기 조던의 향을 느끼게 하죠.
첫 외부 연습경기인 능남전에서는 작품의 마지막까지 서태웅을 괴롭힐 라이벌 윤대협이 등장합니다. 서태웅이 북산에서는 최고의 선수이지만, 그 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있음을 보여주며 서태웅이 농구선수로써 넘어야 할 산을 만들어주죠. 화려한 개인기의 서태웅과 그에 더해 팀플레이까지 겸비한 윤대협이 한 클래스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여주며, 앞으로 서태웅이 어떻게 발전해야 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주전 멤버인 송태섭과 중학 MVP슈터 정대만이 복귀하며, 서태웅은 강력한 아군을 얻게 됩니다.
공식전에 데뷔하게 된 서태웅은 제목 그대로 루키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순간에 유명인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런 강력한 조력자들이 생겼음에도 서태웅은 여전히 개인기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양 전에서는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사실상 에이스로서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해남전에서 서태웅은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단신으로 15점 차를 메꾸며 시합을 지배하는 듯했지만, 결국 시합은 패배하고 맙니다. 마치 1986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에서 래리 버드의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63 득점을 하고도 패배한 마이클 조던처럼 말이죠.
해남전 직후 백호와의 설전에서 서태웅은 여전히 패배의 원인을 잘못짚으며 아직 최고의 선수와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태웅의 문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됐었는지는 다음 시합인 능남전에서 그가 준비한 해법으로 드러납니다.
당연히 오답을 제출한 태웅은 경기는 이겼지만 윤대협이라는 선수에게는 여전히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안 선생님을 찾아가 또 다른 오답을 제시하는데, 이때 안 선생님은 태웅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며 나아갈 길을 제시합니다.
서태웅은 안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됩니다. 단순히 이기는 선수가 아닌 팀을 최고의 자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하며 투지를 불태우게 되죠.
전국대회 첫 시합인 풍전과의 대결에서 서태웅은 육체, 기술, 정신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개인기로는 적수가 없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산왕전....
작가는 서태웅에게 마지막 시련을 부여합니다. 지금까지 서태웅의 완전판 격인 정우성을 등장시켜버립니다. 이 인물은 사실상 서태웅이 안선생님의 지도한 방향이 아닌 기존 방향대로 성장했을 때 최대치를 찍은 선수나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마이클 조던이 코트 위에 두 명이 있게 된 것인데, 서태웅을 신인 시절 마이클 조던이라고 친다면, 정우성은 개인 기량이 최전성기인 마이클 조던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로 개인기로는 절대로 못 이기는 선수인 것이죠.
서태웅은 지금까지의 스타일로 정우성과 맞붙었지만 대굴욕을 맞보게 됩니다.
안 선생님은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고, 미국 유학 상담 시점에 이미 답을 준 상태입니다. 단지 서태웅이 이 부분을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문제였죠.
상담 직후에 안 선생님의 아내로부터 조재중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안 선생님이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서태웅은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경기 중 윤대협과의 일화를 떠올립니다. 이 시점에서도 윤대협은 아직 자신이 한수 위임을 명확히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매우 상세히 알려줍니다. 서태웅은 이 충고가 의미하는 바를 시합 중에 깨달으며, 한층 더 성장한 플레이를 선보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정우성과도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죠. 그리고 그가 목표로 했던 팀을 최고로 이끄는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원 테크의 정점인 정우성을 다른 테크를 타면서 이기게 됩니다. 이 시합에서 서태웅은 개인 성적이 강백호보다도 못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합을 승리로 이끈 것은 에이스인 서태웅의 각성이었죠.
서태웅은 정우성에게 승리하면서 자기 자신의 벽을 넘어섭니다. 작품 초반에는 그저 백호의 질투의 대상일 뿐인 먼치킨 서브남 포지션이었지만, 작품이 스포츠물로 완전히 전환되면서부터는 사실상의 더블 주인공이 됩니다.
강백호가 노력과 근성을 통해 성장의 감동을 선사하는 인물이라면, 서태웅은 투지와 소통을 통해 성장의 감동을 선사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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