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북산고 vs 산왕공고 전의 핵심 구절인 "단호한 결의"란 무엇일까요?
이 단호한 결의는 사실 작품의 전체를 꿰뚫는 말이기도 합니다. 성장물로써 마침표를 찍어야 할 순간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란 것이죠.

북산고의 선수들은 전국대회에 진출하기에 앞서 다양한 팀, 다양한 라이벌들과 대결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전국대회에 진출하여 최강의 팀이라 일컬어지는 산왕공고를 맞이하게 됩니다.

북산고의 감독인 안선생님은 이 산왕공고를 이기는데 있어 필요한 것이 "단호한 결의"라고 하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쫄지마라", "자신감을 가져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물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이 단호한 결의는 "다음 단계로 성장해 나갈 의지"를 뜻합니다. 이것은 청소년인 그들이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슬램덩크라는 작품이 보여주는 최대의 메세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산왕공고는 그들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최종 장치라고 볼 수 있는데, 그 팀원들의 구성도 다른 팀들과 달리 북산에 매우 맞춰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그런지, 어떤 결의들이 필요했는지 매치업 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PG 이명헌 vs 송태섭
: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라.



이 매치업은 컴플렉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송태섭은 자신의 피지컬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인 이명헌을 제압할 열쇠가 송태섭의 컴플렉스에서 파생되는 작고 빠른 움직임이라는 것이 이 매치업의 핵심요소입니다.


이 파훼법은 시합전부터 이미 안선생님에 의해 언급됩니다.



그러나 비디오 리뷰를 본 송태섭이 이명헌을 완벽한 존재로 상정하고, 자신의 컴플렉스를 더욱 부각시켜 생각하는 바람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결국 위기의 순간에 안선생님과 한나의 응원으로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시합에 나선 그는 낮고 빠른 드리블로 이명헌의 압박수비를 돌파하며 공격의 활로를 찾게 됩니다.




후반전의 말미에 다시 한번 찾아온 압박의 순간, 태섭은 자신의 컴플렉스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그로인해 얻게된 자신의 장점을 상기하며 완전히 이명헌의 압박을 벗겨내기에 이릅니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받아들이고, 장점으로 극복하는 것이 이 매치업에서 보여준 단호한 결의입니다.
2.SG 김낙수, 최동오 vs 정대만
: 지금의 나를 받아들여라.


유일하게 선발선수가 바뀐 매치업입니다. 체력의 김낙수, 에이스급 최동오를 전,후반 나눠서 매치합니다.

여기서 체력은 정대만의 공백기를 상징하며, 에이스급은 정대만의 과거에 대한 미련을 상징합니다. 정대만은 공백기로 인해 그 체력이 자신의 플레이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몇몇 시합의 중요한 순간에 코트 위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책하는 회한의 장면들이 뒤따릅니다. 정대만은 과거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입니다.


만약 공백기가 없었다면 매치업 상대인 최동오와 같이 어딜가나 에이스를 했을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대만은 전반전에 최동오와 같이 적극성을 띈 플레이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되고, 에이스급 플레이어인 최동오 앞에 자신이하고자 했던 플레이들에 당하며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합니다.


변덕규의 채치수에 대한 일침이 있고 난 뒤, 정대만 역시 그 일침에 대해 되뇌입니다.
이제 자신에게 더 이상 자력으로 수비수를 떨궈낼 체력이 없음을 인정한 정대만은 채치수의 스크린을 받아 3점슛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정대만은 자신의 체력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공백기를 문득 떠올립니다. 그러다 이내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게됩니다. "나에게 3점 슛을 뺏으면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아"라는 독백은 정대만에게 있어 에이스급으로 화려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비록 롤플레이어지만 지금의 자신을 믿고 가겠다는 단호한 결의의 표현입니다.
3.SF 정우성 vs 서태웅
: 아집을 버려라.

사실 상의 넘사벽 매치1 입니다. 의도적으로 절대로 넘을 수 없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매치업은 타인의 의견을 널리 수용하여, 자신을 발전시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서태웅은 이 경기에서 유독 블로킹과 인터셉트를 많이 당합니다. 이것은 그가 가진 기존의 것들이 명확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런 한계에 대한 복선은 개인플레이로 활약했지만 고전했던 상양고전, 불꽃 같은 전반 활약 후 후반전엔 재처럼 타버린 해남대부속고전 , 전반을 버렸지만 결국 윤대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능남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안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국내최고의 고교생을 목표로 하게 되었고,

그가 목표하는 국내최고의 고교생이 바로 산왕공고의 정우성인 것입니다. 서태웅은 이 정우성을 꺾어야지만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데, 그것은 곧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여기서 서태웅의 단호한 결의는 바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껏 타인과의 소통보다 자신과의 소통을 더 중요시 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한 순간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죠. 스승과 경쟁자가 입을 모아 자신의 민낯을 드러냈지만, 서태웅은 이 부분을 과감히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고, 자신의 목표인 국내최고의 고교선수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됩니다.
4. PF 정성구, 신현필 vs 강백호
: 빛나는 순간에 모든 것을 걸어라.


주인공인 강백호는 이 성장 드라마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정성구와 신현필은 지극히 강백호의 성장세를 표현해주기 위해 준비된 인물들입니다.


정성구는 리바운드 원툴, 신현필은 골밑슛 원툴인 선수로 불과 수개월전 강백호의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강백호는 이둘을 극복해내며 이전의 자신보다 월등히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신현필은 끝내 성사되지 못한 강백호의 또 다른 목표인 김판석의 대체재이기도 합니다.


김판석이 단순한 맥거핀으로 끝이 났지만, 김판석이 자신의 라이벌로 신현필을 꼽고 있는 만큼 어느정도 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강백호가 보여준 단호한 결의는 이 작품내에서 가장 큰 결단입니다. 그것은 바로 선수생명을 거는 것이죠. 이 당시 백호에게 선수생명은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정말 좋아합니다라는 고백은 말 그대로 정말 좋아하는 그것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이기고 싶다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백호는 농구를 접하기 전까지 그저 그런 삶을 사는 불량아이자 건달 이였습니다. 그러나 농구를 접하고 서태웅, 윤대협, 산왕공고라는 목표가 차례 차례 생기면서 살아온 인생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백호에게 농구는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었죠. 이렇게 모든 것을 거는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며 섬광과도 같은 청춘의 열정을 표현합니다.
5. C 신현철 vs 채치수
: 동료를 믿어라.

넘사벽 매치업 2입니다.


신현철은 채치수가 어려서부터 꿈꾸던 최강 산왕공고의 현신과 같습니다.

약점이 아예 없는 선수이기 때문에 채치수가 1대1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서태웅-정우성 매치업과 유사하지만, 이쪽은 비비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채치수가 서태웅급의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채치수는 어린시절부터 좋은 피지컬을 타고 났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언제나 팀복, 동료복이 없었습니다. 그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그의 노력도 있었지만 사실상 팀복과 동료복이 엄청나게 큰 것이였죠.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고, 농구 명문대학에서 스카웃제의까지 받기에 이릅니다. 작년의 그라면 언감생심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죠.

채치수는 산왕공고와의 시합에 앞서 공포와 긴장을 극복한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는 사실 오만함에 가까운 영역에 돌입해 있었습니다. 채치수는 어느 순간 자신이 이끄는 북산이 당연히 이길 것임을 은연중에 확신합니다.


그러나 막상 신현철과의 대결에서 상대가 되지 않자,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변덕규가 등장하여 팀의 조연이 되라는 일침을 놓습니다.


채치수는 지금껏 자신이 팀의 중심이어야 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지만, 꿈을 위해 자신은 조연으로 물러나 팀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과거의 경험에 의해 생긴 팀원에 대한 불신이 현재의 동료들로 인한 신뢰로 바뀌는 과정에 자신이 짊어진 무리한 짐을 내려놓는 것이 그가 보여준 단호한 결의인 것입니다.
6. 감독 도진수 vs 안한수
: 제자들이야 말로 최고의 스승이다!

산왕공고의 도진수 감독은 흠잡을 곳 없는 좋은 어른이자 스승입니다. 그는 수년간 자신의 제자들을 잘 육성하여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그는 시합전 비디오 리뷰에서도, 시합 중에도, 시합이 끝난 후에도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독려해 줍니다.


북산고의 1차전 상대였던 풍전의 김영중 감독도 이와 비슷한 마인드의 소유자입니다.



다만,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실패하고 말죠.



이런 점에서 풍전의 김감독과 북산고의 안선생님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안선생님 역시 과거 대학 감독 시절 자신의 사상을 제자에게 무리하게 주입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죠.


이후의 트라우마로 인해 작중 최고 재능 중 하나인 정대만이 일탈하는 것을 보고도 수년간 방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신입생 둘이 등장하면서 그 역시도 다시 한번 좋은 어른이자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렇게 제자들과 함께 전국대회에 진출한 그는 1차전을 승리하고 2차전에 올라가면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안선생님은 아끼던 제자를 한번 잃은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제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봐 노심초사합니다.

그러나 친구인 노선생님과의 상담 뒤에 제자들과 함께 역경을 헤쳐나갈 결의를 다지게 됩니다.




이렇게 단호한 결의를 다짐했지만, 시합 중 백호의 등부상을 방치한 자신을 또 다시 책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것은 역시 앞의 조재중 건의 트라우마에 연속적인 것으로 또 다시 자신이 지도한 제자가 망가질까 두려워 도망치려는 마음을 보인 것입니다.




이때 백호는 지금이 자신의 영광의 순간이며,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있음을 내비치는데, 안선생님은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자신의 제자인 백호를 믿어보기로 합니다. 여기서 이 백호에 대한 믿음이 바로 안선생님의 진정한 단호한 결의로 볼 수 있습니다.



안선생님은 제자들의 승리에 어린아이처럼 두팔을 번쩍 들며 환호합니다. 이 장면은 그가 조재중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스포츠맨으로써의 열정을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던 그가, 제자들을 통해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된 것입니다.
단호한 결의라는 구절은 이렇듯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많은 질문과 생각할거리를 던져줍니다. 이 글의 내용 역시도 필자가 작품을 보며 해석해 본 사견의 덩어리일 뿐이며, 필자와 다른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이입해 볼 수 있도록 세밀한 감정묘사와 장면묘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농구 장면의 사이사이에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절묘히 녹여낸 것이 이 작품의 위대함이자 최대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돌아온 슬램덩크를 통해 다시 한 번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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