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최대 난제, 과연 누가 가장 뛰어난 선수인가?
이 난제 속에 주인공들은 서태웅, 정우성, 윤대협, 이정환이다. 이 네 명은 작중 가장 사기적인 플레이를 펼친 인물들이다.
서태웅은 해남대부속고교 전에서 단신으로 21점을 스트레이트로 올리며 15점 차를 메꾼 사기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그리고 풍전고와의 시합에서 한쪽눈이 애꾸눈이 됐음에도 압도적인 화력을 뿜어내며 시합을 승리로 이끌었고, 산왕공고 전에서는 후반전의 말미에 국내 최고의 선수인 정우성과 맞붙어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다. 단점이 있다면 체력이다. 상양 전을 제외하면 네임드 매치에서 전후반을 온전히 뛴 적이 없다.
정우성은 자타공인 작중 최고의 선수다. 등장 목적 자체가 최종보스 포지션이었고, 이길 수 없는 선수로 설정되어 있다. 북산고와의 시합에서 서태웅을 거의 반갈죽으로 만들었고, 강백호의 기행을 통한 수비 외에는 어떤 수로도 막을 수 없는 최강의 선수로 그려진다. 단점이 있다면 멘털이다. 전반전에도 집중력 부족으로 교체당했고, 후반전의 끝에도 강백호의 술수에 걸려들어 실책을 한다거나, 특기인 슛을 놓치기도 한다.
윤대협은 정우성이 등장하기 이전 가장 완벽한 선수로 그려진다. 스몰포워드와 포인트가드를 오가며, 득점력과 운영능력을 모두 보여준 사기캐릭터이다. 지역예선 결승리그에서 서태웅과 화력전을 펼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서태웅에게 없는 파워까지 겸비하고 있는데, 채치수의 반칙성 블락도 무시하고 덩크를 내리꽂거나, 채치수가 작정하고 몸통박치기를 해도 무시하고 점프슛을 꽂아 넣는 등 사기적인 바디밸런스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단점은 없고, 변덕규와 백정태 같은 동료들이 단점이다.
이정환은 윤대협에 버금가는 사기캐릭터이다. 일단 작중 유일하게 포맨팀 수비가 붙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선생님왈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이정환이라는 선수에게는.". 이 대사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이 정리된다. 강하고 빠른 신체능력과 테크닉으로 수비가 불가능한 페넌트레이트를 구사한다. 여기에 더해 퍼리미터에서의 중거리 공격과 정확한 자유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맨팀을 상대로 공을 지켜내는 키핑력과 볼을 정확히 빼주는 시야 및 패싱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3점 슛을 빼고는 거의 모든 공격옵션을 갖춘 사기캐릭터이다. 수비력 역시 엄청나다. 일단 유독 돋보이는 것이 세로 수비력이다. 184cm로 자신과 키가 같은 정대만의 레이업슛을 클린 블락했으며, 자신보다 3cm 큰 서태웅의 덩크를 클린블락한다. 4cm 큰 강백호의 롱점프 덩크 역시 파울이지만 블로킹했고, 6cm 큰 윤대협의 덩크를 깔끔하게 체이스다운 블로킹 하는 등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블로킹 능력을 보여준다. 가로수비력도 사기적인데, 자신보다 6cm 큰 윤대협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냈고, 자신보다 16cm 작은 송태섭의 낮고 빠른 드리블도 완벽하게 봉쇄한다. 단점이라고 하면 3점 슛 정도인데, 표현이 안 됐을 뿐 못 던지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렇듯 이 넷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개사기 캐릭터들이다. 그렇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우열을 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과연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작중 설정과 대사들을 유심히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먼저 확정적인 설정을 기준으로 삼는다. 설정상 작중 최고의 선수는 정우성이다. 그리고 정우성과 직접 매치 업하는 작중 유일한 선수는 서태웅이다. 서태웅은 후반전 말미와 그 앞으로 나뉜다. 먼저 그 앞의 서태웅은 정우성보다 확실한 아래이다. 서태웅이 일부 장면에서 정우성과 동급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후반전 집중한 정우성은 서태웅의 모든 공격을 막아낸다. 반대로 서태웅은 단 한 번도 정우성을 막아내지 못한다. 그런데 후반전 말미에 서태웅이 각성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정우성은 서태웅에게 인터셉트를 허용하면서 막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서태웅은 정우성이 막아내지 못한다. 이후부터는 서로 못 막는 관계가 되면서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 부분은 지학의 별 마성지, 정우성의 아버지 정광철, 그 외 관내 인물들의 반응으로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정우성 서태웅이 이 작품의 투탑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윤대협과 이정환은 이들과 동등한 위치일까?
윤대협과 이정환은 해설을 통해 거의 동급의 실력자임이 공인되어 있다. 그럼 윤대협이 서태웅이나 정우성과 동급이 맞는지만 확인해 보면 되겠다.
윤대협은 지역대회결승리그가 막을 내리고 전국대회가 시작되기 전의 시간대에 서태웅과 개인적으로 1vs1 대결을 펼친다. 여기서 윤대협은 정우성에 대해 과거에 이길 수 없었던 상대라고 표현한다. 과거 시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재에도 그렇다고 하는 것은 억지다. 이것은 단지 정우성의 극적 반전을 노린 연출로 보면 된다. 중요한 대사는 그 이후에 있다.
그는 서태웅에게 1대 1은 단지 공격옵션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발언과 함께 그것을 깨닫지 못한 서태웅에게는 질 것 같지가 않다는 발언을 한다. 바꿔 말하면 그것을 깨달은 서태웅에게는 질 것 같다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럼 결론이 바로 도출된다.
서태웅은 산왕공고 전 후반전 말미에 윤대협의 이 얘기를 깨닫고 플레이스타일을 바꾸며 정우성과 동급의 플레이어가 된다. 즉, 앞서 말한 조건을 달성한 순간 서태웅>윤대협이 성립된다.
종합해 보자면 산왕공고 전 종료 시점기준으로 정우성=서태웅>윤대협=이정환이 되는 것이다. 의외로 심플한 논리로 정리가 되지만 이것이 난제로 여겨지고 있던 것은 바로 서태웅과 윤대협의 존재다. 서태웅은 작품 초기부터 작중 가장 뛰어난 선수층에 끼어있지만, 발전형 선수의 포지션상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런 그가 작품의 최후미에서야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됐다한들 작품 내내 라이벌들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에 반해 윤대협은 라이벌 포지션으로써 작품 내내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인상을 준다.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는 서태웅보다 우위로 평가되었고,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는 이정환과 동급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식의 편향이 발생하면서 논리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난제가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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