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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매운맛 리뷰] 그 시절 세가의 광기. 메가 롤플레잉 프로젝트!

by 르슈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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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1995년 세가의 16비트 게임기인 메가드라이브 및 메가CD의 황혼기를 장식한 롤플레잉 7 작품이 있었다.

메가 롤플레잉 프로젝트. 롤플레잉의 신세계로.(푸흡!)

이름하여 『메가 롤플레잉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세가 진영에 부족했던 RPG 장르의 추가 보강을 꾀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나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뒷북과 대삽질을 일삼던 세가!
이 프로젝트 역시 말도 안되는 타이밍과 의도를 알 수 없는 출시 기종 선택으로 넌센스의 끝을 보여준다.
이런 메가 대삽질 프로젝트에는 과연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1. 신창세기 라그나센티 (1994.06.17 출시, 메가드라이브 전용)

메가 롤플레잉 프로젝트 대망의 첫 작품인 신창세기 라그나센티.
젤다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지만 MD라고 믿겨지지 않는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거기다 갓글화다.

대망의 메가 롤플레잉 프로젝트 첫 출시 게임이다. 첫 출시작부터 작정하고 달려드는데, 무려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를 타겟으로한 작품을 출시한다. 발매 전부터 젤다의 전설과 비교하는 듯한 기사를 뿌려대기도 하고, 세가의 간판 RPG인 샤이닝포스의 이름을 딴 "샤이닝 로그"라는 제목으로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당연히 전부 어그로일 뿐이고, 게임 자체는 젤다와 샤이닝 그 어느 쪽하고도 다르다. 화면의 구성과 인터페이스는 젤다의 전설과 상당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점프액션이 추가되었고, 이쪽은 사실상 동물옵션이 액션의 메인이기 때문에 플레이 감각은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초반에 칼로 풀을 벤다던지 하는 부분과 동물합동 시스템을 트리니티 시스템(트라이포스와 연관지으려고 한 듯)이라고 짓는 등 은 아무리 봐도 젤다를 이용한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요소로 보여진다. 국내에도 정식발매 되었으며, 무려 완전 한글화되어서 출시됐다. 당시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이 저연령층을 타겟으로 했던 만큼 아기자기한 그래픽까지 더해져 나름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됐다. 이런 이슈를 빼고서도 이 작품은 상당히 좋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8방향으로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고, 움직임이 굼뜨지 않아서 상당히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장착가능한 동물의 가짓수가 매우 다양하고 특수 조합도 있는 등 상당히 디테일하게 구현되어 있으며, 이 트리니티 시스템을 활용한 퍼즐도 여럿 준비되어 있어서 게임을 풀어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달리 내용자체는 상당히 시리어스하며, 스케일도 상당히 크다. 무려 시간여행까지 다뤄진다. 제목에서 창세기를 거론한 만큼 신의 존재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종교적인 특색이 강하지는 않다. 단지, 성경과 같이 신의 존재가 인간에 대해 딱히 자비롭지 않다는 것은 동일한 점일지도 모른다.
 
2. 샤이닝포스 CD (1994.07.22 출시, 메가CD 전용)

게임기어용 외전 3부작 중 1,2부를 합본화 한 샤이닝포스 CD
세가 진영에서는 몇 안되는 빛이었으나, 자신들이 싼 똥을 쳐바르면서 몰락시켰다.

세가계 오리지널 RPG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샤이닝포스 시리즈의 외전 1,2편을 합본화하고, 거기에 추가 시나리오를 넣은 작품이다. 외전 1, 2편은 게임기어라고하는 세가 최대의 똥중 하나로 발매되었는데, 그 합본을 또 다른 똥 오브 똥인 메가CD로 출시하는 패기를 보여줬다. 사실 이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을 이용해 하드웨어를 견인해보려는 심산이었겠지만, 이 타이틀이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널판타지 급은 아니었기 때문에 세가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볼 수 있겠다. 게임은 파이어엠블렘을 위시한 택티컬RPG 또는 시뮬레이션RPG로 불리우는 장르이다. CD화 됐으나 게임기어 때와 마찬가지로 마을에서 플레이어를 직접조작하는 파트는 생략되어 있으며, 상점이나 교회 등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인터미션 화면이 별도로 적용되어 있다. 그래픽은 게임기어 판에 비해 월등히 발전했으나 이런 시스템적인 부분은 그대로 따라갔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높은 난이도와 호쾌한 전투 그래픽 등은 여전했기 때문에 기종을 떠나 작품성만 놓고 보면 상당한 수작이다.

3. 드래곤슬레이어 영웅전설 (1994.09.16 출시, 메가드라이브 전용)

굳이 열화판인 MD버전을 할 이유가 있을까?

이 프로젝트가 불과 세 번째 타이틀만에 뇌절이 왔다는 증거품이다. 1989년도에 PC로 출시되어 이미 즐길 사람은 다 즐긴 명작 오브 명작인 영웅전설을 이 프로젝트에 편입했다.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이 단순히 RPG소프트웨어 갯수를 늘리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며 , 기대치를 휴지통에 쳐박아 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게임이 출시되기 5개월 전인 94년 4월에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에는 파이널판타지 6이 출시됐었다는 점에서 세가의 미친 패기를 느껴볼 수 있겠다. 여하튼 그런 점을 떠나서 이 게임은 원작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의 완성도로는 출시됐다. 기존에 화면 구성을 일신하여 플레이 화면을 큼지막하게 키웠으며, MD 특유의 빠른 처리로 인해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러나 그 외 부분은 특별할 것이 없다.

4. 애프터 아마겟돈 외전 마수투장전 이클립스 (1994.11.11 출시, 메가CD 전용)

표지부터가 매우 빡세다.
로딩 지옥을 제대로 맞볼 수 있는 애프터 아마게돈.

저세상 컨셉으로 B급감성이 충만한 작품인 라스트 아마겟돈의 파생작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모두 마물이라는 점과 정신이 혼미해지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나름 매니아층이 있는 게임이지만, 어디까지나 하드코어 유저들의 이야기고, 평범하거나 그 이하의 라이트 유저들이 접근하기엔 심각한 무리가 있다.
라스트 아마겟돈이나 애프터 아마겟돈은 스토리 적으로 인간대신 마물이 지배하는 세상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왜 마물이 지배하고 있는지, 마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등의 구체적인 설정은 완전히 다르며, 이 설정의 차이로 게임플레이 스타일도 상당한 차이를 갖는다. 라스트의 경우 12종의 몬스터를 4인 3조로 구성하여 낮, 밤, 특수 상태를 돌려가며 3교대 플레이하며 마물의 종으로 구분됐지만, 애프터의 경우 5인 파티 고정이고 각각 인간처럼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매우 세기말적이고 기괴한 설정과 비주얼과 달리 아름다운 BGM을 들려준다.
그러나... 이 게임 최대의 문제점은 게임의 비주얼, BGM, UI, 스토리 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미칠듯한 인카운트율과 인카운트 때마다 돌아버리는 긴 로딩이다. 당시 CD-ROM의 기술상 배속의 한계로 긴 로딩 시간은 필연적이었다. 체감시간을 줄이기 위해 별별 아이디어가 난무하던 시대였고, 이 게임에서도 그런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시도란 것이 기괴한 비명소리와 아무도 읽고 싶지 않은 대화창이라면? 그리고 극악의 인카운트 발생율로 두 세 걸음 만에 그 경험을 또 해야한다면?
이 게임은 쉽게 말해 유저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해줄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배제되어 있다. 오로지 컨셉과 스토리만을 강조한 괴작이 되어버린 것이다. (수작이라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5. 스토리 오브 토아 ~빛을 잇는 자~ (1994.12.09 출시, 메가드라이브 전용)

그저 빛, 스토리 오브 토아 (국내명: 스토리 오브 도어)
음악에 무려 유조 코지로다!! 이스1,2의 음악 담당으로 팔콤을 음반회사로 만든 장본인이다!
거대 보스 등 모든 면에서 도저히 MD용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비주얼 퀄리티를 보여준다.

기기의 한계를 넘어선 퍼포먼스로 이 프로젝트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도저히 메가드라이브라고 생각되지 않는 비주얼과 사운드를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커맨드식 필살기 채용과 다채로운 무기, 정령의 조작, 착착 감기는 효과음  등 액션으로써는 이보다 더 뛰어나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MD 하드웨어를 십분활용한 빠른 이동과 부드러운 다방향 조작, 점프 액션 등은 매우 쾌적한 액션을 체험하게 해준다. 액션과 퍼즐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여러번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구성은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나온다. 4개의 정령을 모아 소환하여 서포터로 활용하거나 퍼즐 등을 풀어가며 진행하게 되는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스토리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맵은 넓지 않지만 상당한 자유도를 갖고 있다. 레벨의 개념이 없으며,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면 HP와 MP의 최대치가 상승하는 랭크업을 하게 된다. 이 랭크업템은 어이없게도 필드에서 잡몹을 잡아도 드랍되는 아이템이다. 결국 유저가 직접 경험치를 쌓아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뤄내고, 퍼즐을 더 신속하게 풀어내는지를 요구하는 시스템인데, 자유도와 합쳐져서 초대 젤다의 전설과 가장 유사한 게임으로 볼 수 있겠다. 다만, 이쪽은 명백한 스토리 진행과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서 훨씬 유저 친화적이다. 여기에 더해 숨겨진 던전, 무한 아이템 등의 파고들기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골수 유저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매되었으며, 신창세기 라그나센티처럼 풀한글화이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무려 세종의 타이틀을 한글화하여 발매했는데, 그 중 두 개가 메가 롤플레잉 프로젝트 중에서 나왔다. 7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2종을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 당시 삼성 담당자의 눈썰미가 대단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게임은 후에 세가새턴으로 프리퀄격인 후속작 "토아 정령왕기전"까지 이어지지만, 그래픽만 조금 더 보기 좋아졌을 뿐 짜임새나 액션은 오히려 퇴보하면서 전작보다 못한 작품이 되었다. 아무래도 콘솔 출시 초기작이다보니 보여지는 것에 치중한 결과로 보여진다.

6. 드래곤슬레이어 영웅전설 II (1995.01.20 출시, 메가드라이브 전용)

데자뷰가 아니다. 이건 엄연히 2다.

영웅전설 1과 그래픽, BGM이 똑같고 스토리만 2다. 이럴거면 합본으로 나왔어야 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게임 자체도 아무리 전설의 명작이라지만 워낙 구식이라 역사를 느껴보고 싶은게 아니라면 굳이 손을 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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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징 아우라 (1995.03.17 출시, 메가드라이브 전용)

비쥬얼은 압도적이나, 게임 자체는 평이하다.

흔히 서징오라 또는 써징오라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시리즈로 유명한 이노마타 무츠미 작가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후기 작품이라 비주얼이나 BGM등은 매우 훌륭하다. 거기다 주인공이 시작부터 돌아가시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법사캐릭이라는 범상치 않은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타임패러독스를 일으켜 현재를 구한다는 매우 흔한 스토리라 뛰어난 비주얼이나 BGM등이 아까운 작품이다. 전투 시스템이 파이널판타지의 액티브 배틀과 유사하지만 주인공이 법사이기 때문에 초반에 동료가 빈약할 땐 전투가 너무 짜증이 난다는 단점이 있다. 전반적으로 난이도에도 문제가 있고, 동료들이 스토리상 빈번히 이탈하는 등 진행할 수록 허망한과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이상한 게임이다.
 
이 게임을 끝으로 메가 롤플레잉 프로젝트가 막을 내리는데, 불과 일곱작품만을 내어 놓고 프로젝트를 운운한 세가놈들이 정말 우스울 따름이다. 애시당초 세가하면 약빤 마케팅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비정상적인 행보가 많은 회사였는데, 이 프로젝트는 그런 행보 중에서도 단연 탑급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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